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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교육의 이해/유아교육

유치원 면접, 처음으로 남자라는게 싫었던 하루


금남의 직업, 유치원선생님 그리고 보육교사.. 2011년을 향해가고 있는 달력과 나 자신을 돌아보면서 올 한 해 동안 어떤 성과를 이루었는지 또는 어떤 사람들을 만났었는지 되돌아보게 됩니다. 졸업을 앞두고 취업을 위해 유치원 면접을 보면서 느꼈던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자랑은 아니지만 남자라면 통과의례적인 군대도 다녀왔고 애틋한 사랑도 해봤고 공사판에 가서 막노동도 해봤고 타인에게 뒤질게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유치원 면접을 보기 전까지요..포트폴리오가 완성되면 면접을 보려고 열심히 준비중인데 그 전에 연습 삼아 집 앞의 유치원에 면접을 보러 갔었습니다. 당연히 준비는 덜된 상태였고 자신감 또한 부족했었습니다.

그런데 저를 언짢게 했던 질문이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유아교육과를 선택하셨었나요?"
"남자인데 유치원선생님이 왜 되고 싶은거에요?"

학교에서도 정말 듣기 싫었던 질문인데 면접 자리에서 이런 질문을 받으니 화를 낼 수도 없고 그냥 어이가 없었습니다. 아이들을 사랑하고 아직은 남자선생님들이 많지 않아서 아이들에게 남녀성역할 중에서 남자의 역할도 알려주고 남자로서 유아교육 쪽에서 성공하고 싶어서 유치원선생님이라는 직업을 선택했습니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선생님도 아시겠지만 원장님들이 남자선생님을 뽑을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고 기대감이 있다는 거 아시죠?"

"체육은 물론이고 피아노 미술 노래는 기본이고 레크리에이션도 할 수 있으시겠죠?"

"만약에 우리유치원에 채용이 되지 않는다면 유아체육교사나 아기스포츠단 등에 지원해보세요 거기서는 참 좋아할꺼에요"

대한민국 엄마는 슈퍼우먼! 대한민국 남자유치원선생님은 슈퍼맨? 남자선생님을 고용하기 전부터 큰 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기존의 여자선생님이 하는 모든 것들은 이미 갖추어야하고 남자다운 면모를 200%발휘해야 하는 것입니다. 또한 무조건 적극적이고 자신감이 넘쳐야 좋아하는데 저는 면접때 그러질 못했습니다. 많이 배웠다고 생각하고 징징거리지 않을게요.





사실 예체능에 그렇게 흥미가 많고 유능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유치원선생님이란 직업을 선택했을 때 역효과가 있진 않을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과 남자유치원선생님이 되겠다는 꿈은 잃지 않았습니다. 면접질문 도중 저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선생님 이제 학생이 아니고 선생님이 되실 분인데 어디 가서 똑같은 질문을 받으면 무엇이든지 아이들을 가르칠 만큼은 한다고 이야기하세요!"

저는 피아노와 미술을 잘하냐라는 질문에 솔직하게 잘 못하지만 열심히 합니다. 라고 대답했는데 고용주에 입장에서는 정말 형편없는 대답이었나 봅니다. 면접이 끝난 후에 제가 면접관이 되어서 생각해보니 그런 생각이 아예 들지 않지는 않았지만 많이 속상했습니다. 속이고(?) 취업해서 문제가 되는 것 보다는 나을 거 같다고 생각했는데..



유치원 면접을 보면서 학교에서 배운 것과는 달리 너무나 많은 것을 요구한다는 걸 느꼈습니다. 지금보다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하고 실용적인 것들 그리고 무엇인가 보여주기 위한 것들이 꼭 한 가지는 있어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면접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은 백번 천 번 인정하지만 처음으로 남자라는 게 싫었던 하루였습니다.

남자영유아교사회라는 모임에서 서울지역도 처음에는 남자선생님들이 취업하기 어려웠는데 지방은 아직도 힘들 거라고 하셨는데 정말 쉽지가 않네요. 그나마 대전에는 몇몇 남자선생님들을 뵐 수 있었는데 대전보다 더 작은 지방들은 그 문턱을 넘는 일이 시급한 거 같습니다. 며칠 전 일의 결과를 알려준다는 길몽을 꾸었는데 좋은 소식이 있었으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