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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교육의 이해/남자교사

어린이집 첫 출근 결혼제의를 받다


어제는 저의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날 이였습니다. 정교사는 아니지만 어린이집의 선생님으로서 첫 발을 내딛는 소중한 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어린이집에 취업을 했기 때문에 유치원선생님이라는 말은 사용하지 않겠습니다^^;

정말 설렘 반 두려움 반으로 11시에 잠자리에 들어 새벽 2시에 깨고 4시에 깨고 6시에 일어나서 다른 때보다 더 신경을 많이 쓰고 어린이집에 갔습니다. 교사 실에서 선생님이 주시는 차를 마시시는 그 짧은 순간에도 정말 많은 생각이 오고갔습니다.

유치원, 학교, 군대 어디든 초보·초임·인턴이라는 딱지가 붙으면 이유 없이 어렵게만 느껴지고 힘든 것 같습니다.

면접을 볼 때도 이야기 하셨지만 가급적이면 화장실 뒤처리를 알아서 할 수 있는 연령의 담임으로 배정해주신다고 했는데 처음에는 너무나 귀엽고 때로는 엉뚱하기까지한 5세반(만3세) 친구들의 담임선생님이 되고 싶었지만 제가 생각해도 기본생활습관이 잡혀있지 않고 아직은 교사의 손길이 더 많이 필요한 5세반 담임이 되기에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2월 중순이 되면 7세반(만5세) 친구들은 졸업과 수료식을 거쳐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는데 그 짧은 시간을 함께할 수 있게 1주일동안 '호랑이반'친구들과 함께 생활하게 되었습니다. 7세라 겁을 많이 먹었었는데 처음에는 '아저씨'라고 부르는 친구들이 많아서 조금은 속상했는데 한 시간 두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주제가 '우주'였는데 수·금·지·화·목·토·천·해·명 그리고 여러 가지 별자리와 삭 -> 초승달 -> 상현달 -> 보름달 -> 하현달 -> 그믐달을 원 없이 공부했네요. 태양계와 함께 '핵'도 공부했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황소자리 친구는 한명도 없더라구요.

점심을 먹고 오후에 주말 지낸 이야기를 하기 전이였습니다. 처음 보던 순간부터 저를 잘 따르던 예진이라는 여자아이가 언어영역에서 열심히 그리고 있었는데 저와 눈이 마주치자 급하게 접어서 사물함에 넣더라구요. 궁금했는데 꾹 참고 기다렸습니다.

예진이에게 '선생님이 아까 다 봤는데~'라고 말하니까 원래부터 선생님 줄꺼였다고 하면서 다른 아이들 모르게 편지를 건네주었습니다. 편지에는 호랑이반 선생님이랑 결혼한 그림이라고 적혀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선생님 호랑이반 선생님이랑 결혼할꺼에요? 결혼하세요~'라고 말하면서 매미처럼 매달려서 까르르 까르르 웃더랍니다. 그림에서 호랑이선생님이 더 크고 저는 작게 그려졌으니 아이들은 누가 신입인지 누가 고참인지 구분이 뚜렷합니다^^;

어린이집 첫 출근부터 여자 친구에게 결혼제의를 받다니 참 재미있는 일이네요. 얼마 전 사귀던 여자친구와 헤어졌지만 분명 더 좋은 사람을 만날 거고 제게는 또 하나의 목표가 생겼습니다.

우선 아이들과 친해지고 그 다음에는 동료교사들과 친해지면서 학부모님들께 신뢰를 얻고 인정받는 것입니다. 제가 취업한 지방에서는 남자교사가 제가 처음이라고 합니다. 서울이나 대전만 해도 남자교사가 손꼽을 정도는 있는데 정말 신기합니다.

저희 원에는 CCTV는 없습니다. 공포의 어린이집 사건이 매스컴에 보도됨에 따라 CCTV 설치 의무화가 서명으로 이어지면서 CCTV에 대한 말이 많이 나오는데 CCTV없이도 부모가 믿고 아이를 보낼 수 있는 교육기관을 만드는 것이 저의 꿈입니다.

* 블로그 이웃방문이 더 어려워졌고 어제는 글을 쓰지도 못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댓글 창을 열어두겠습니다 ^^ 바로바로 방문 못 드린다고 너무 서운해 하거나 섭섭해 하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마음 넓은 이류의 이웃님들은 이해해주실꺼라 생각합니다.